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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에세이

[페미니즘 영화]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2017) 줄거리(스포X)/배우/감상평

by 포포위 2023. 2. 17.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을 연기한 엠마스톤이 테니스를 치는 장면
ⓒ20th Century Fox

감독과 주연 배우

<리틀 미스 선샤인>을 감독한 조나단 데이톤과 발레리 파레가 감독을 맡았고, 대흥행 TV시리즈 <디 오피스>에서 골 때리는 상사 마이클 역을 소화하고 최근에는 디즈니 플러스의 새 스릴러 시리즈 <더 페이션스>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스티브 카렐과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친 <라라랜드> 및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좀비랜드> 등 다수의 흥행작을 가진 여배우 엠마 스톤이 주연으로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들의 사진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데 엠마와 스티브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실제 모델과 유사하게 연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줄거리

1970년 미국의 여자 테니스 그랜드 슬램을 한 챔피언 빌리 진 킹에 대한 실제 이야기입니다. 당시 여자 테니스 선수 랭킹 1위였던 빌리는 어째서 여성 선수의 상금이 남성 선수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남성 경기의 상금은 12 000 달러인 것에 비해 여성 경기 상금은 그보다 8배가 낮은 1 500달러였습니다. 빌리의 불만에 테니스 협회는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남자 경기가 훨씬 재밌으니까’와 같은 터무니없는 대답을 내놓고는 테니스 매치 표는 똑같이 팔렸으니 똑같은 수입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냐고 따지는 빌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답답함과 불공평함을 느낀 빌리는 앞으로 테니스 협회가 주최하는 모든 경기를 보이콧하고 여성 선수들만의 경기를 따로 열겠노라 선언합니다. 여성 테니스 협회는 인터뷰를 잡는 일부터 광고, 경기장 설치까지 모든 일을 직접합니다.

영화 &lt;빌리 진 킹&gt;에서 여성 테니스 협회를 창단하고 라디오에 나가 홍보하는 선수들
ⓒ20th Century Fox

한때 US오픈 우승자이자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이름까지 올린 유능한 선수였던 바비릭스는 지금은 하는 일에 염증을 느끼며, 친구들과 도박 테니스나 치고 다니는 중년 남자입니다. 도박을 끔찍이 싫어하는 아내 몰래 친 도박 테니스에서 롤스로이스 차를 따게 되고, 아내는 바비를 쫓아냅니다. 아들의 집에 얹혀 지내는 며칠 동안 바비에게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오릅니다. 한창 TV에서 떠들어 대는 여성 테니스 선수 빌리의 코도 납작하게 해 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도박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바비는 빌리에게 전화해 혼성 시합을 제안합니다. 여자 테니스를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그의 의도를 눈치챈 빌리는 단박에 거절했지만, 바비는 빌리의 라이벌 마가렛 코트를 구슬려 마가렛과 경기를 잡습니다. 빌리는 마가렛에게 시합을 하지 말 것을 조언하지만 빌리를 못마땅해하는 마가렛은 그 조언을 가볍게 무시하고 경기에 참여합니다. 마가렛은 바비와의 경기에서 완벽한 참패를 하고, 기회를 잡은 바비와 당시 언론은 ‘여자들은 심리적으로 약해’서 세상의 모든 우두머리 자리는 남성들 차지라고 떠들어 댑니다. 바비는 남성의 우월성을 증명했다고 으스대며 누구의 도전이든 받아들이겠다고 하는데, 이에 분노한 빌리가 도전장을 냅니다. 빌리와의 경기 시합을 앞두고 바비는 온갖 매체의 관심을 즐기며 인기에 심취해 돌아다닙니다. 오리발 끼고 테니스 훈련하기, 프라이팬으로 테니스 훈련하기, 누드 화보 등등 다양한 쇼맨십에 시간을 쏟는 동안 빌리는 조용하고 꾸준하게 자신을 단련합니다.

결국 경기의 날이 오고 둘은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합니다.

감상평

살다 보면 너무 당연한 듯 느껴지는 말들이 실제 세상에선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목격하곤 합니다. 근면하고 정직한 사람이 더 잘 살아야 한다, 인종 차별은 하면 안 된다, 아이를 학대하면 안된다,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 같은 말들 말입니다. 문장으로 보면 모두가 끄덕일 수 있는 말인데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일들에 하나하나 적용될 때 자꾸만 ‘예외’가 발생합니다. ‘인종차별은 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중국인은…’이라거나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지만 그래도 여자가..’와 유사한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2023년 현재도 이런데, 1970년대는 어땠을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한심한 차별은 무시가 아니라 직면과 돌파를 통해서만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빌리가 한 일은 개인적으로 돈을 더 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여성 테니스 선수들의 대우를 바꾸는 거시적인 일인 셈입니다. 어쩌면 진정한 평등을 위해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면하지 않을 용기와 차별을 돌파해 낼 능력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스포츠계에서는 성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압니다. 물론 누군가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중의 관심이 돈이 되니,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덜 받는 ‘여성 경기’에겐 덜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최소한의보호책 없이 시장의 논리로만 모든 것을 가를 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우린 늘 기억해야 합니다. 약육강식으로 살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약자고 우린 모두 그런 약자를 한 명쯤은 가족으로, 친구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두고 있으니까요. 공생과 협력만큼 지금 인류에게 절실한 건 없을 겁니다. 

영화 &lt;빌리 진 킹&gt; 중 서로 테니스채를 겹쳐 들고 사진을 찍는 빌리와 상대 선수 바비
ⓒ20th Century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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