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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에세이

미국의 인종차별의 역사를 알고 싶은 당신에게 이 영화, <헬프>

by 포포위 2023. 2. 6.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가히 충격적이지만 과거에는 괜찮았던 일들이 있다. 괜찮은 수준을 넘어 당연했던 시절도 있다. 혈통을 지키기 위해 친척과 결혼하는 문화, 아이들을 소유물로 여기고 학대하던 양육 방법, 인간은 노예로 사고파는 관행, 오락으로 사람의 목숨을 건 싸움을 지켜보던 검투 경기 등등. 긴 역사를 거쳐 현시대까지 잔여 하는 것 중 하나가 인종차별이다.

 
헬프
‘헬프[help]’ 는? 1. 가정부 혹은 가사 도우미 2. 용기 내어 서로의 손을 잡아 주는 것 3. 당신에게 웃음과 감동, 용기와 희망을 주는 영화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다?! 아무도 가정부의 삶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녀가 책을 쓰기 전까지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 달리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스키터(엠마 스톤)’.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게 된 그녀는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른 인생은 꿈꿔보지도 못한 채 가정부가 되어 17명의 백인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사고로 잃은 ‘에이블린’. ‘스키터’에게 살림 노하우를 알려주던 그녀는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자신과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써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때 마침 주인집의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두 여자의 아슬아슬하지만 유쾌한 반란에 합류한다. 차별과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조차 불법이 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되는 시대에,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하는 ‘에이블린’과 ‘미니’. 그녀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세상을 발칵 뒤집을 만한 책을 탄생시키는데… 2011년 가을, 희망을 부르는 이름 <헬프>가 찾아옵니다!
평점
9.3 (2011.11.03 개봉)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시카 차스테인, 씨씨 스페이식, 마이크 보겔, 엘리슨 제니, 안나 오라일리, 크리스 로웰, 안나 캠프, 레슬리 조던, 시슬리 타이슨, 언자누 엘리스, 데이나 아이비, 브라이언 커윈, 데이빗 오예로워, 웨스 채텀, 로슬린 루프, 셰인 맥리, 라 찬즈, 릿치 몽고메리, 타라 리그스, 캐롤 서튼

 

*디즈니 플러스 시청 가능

 

미국에서는 여전히 인종 차별이 뜨거운 이슈다. 단순히 여러 인종이 모여 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과거 아프리카에서 납치 혹은 사냥에 가까운 방식으로 흑인들을 끌고와 노예로 부린 역사가 있다. 특히 미국 남부에서는 담배나 목화를 키우는 농장에서 흑인들에게 임금도 지불하지 않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이 당연했다. 남북 전쟁 이후 흑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마련됐지만, 당장 어제 내 소유물이었던 노예에게 인간다운 대접을 하라는 말은 뜬구름 같은 소리였다. 전쟁 이후에도 흑인들에게 권리를 주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정치 깡패와 구조적인 차별을 야기하는 몇 가지 법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남부 차별주의자들을 옹호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인종 차별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우리가 노예 제도 이후의 미국내 흑인 차별에 대해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Segregation law (인종분리법)이다. 1965년이 되어서야 폐지된 이 법은 말 그대로 인종을 분리시키자는 논리이다. 이 주(state) 법에 따르면 흑인은 백인과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없고, 같은 수도를 사용할 수 없고, 같은 화장실을 쓸 수 없다. 호텔이나 식당뿐만 아니라 학교나 버스 같은 공공시설도 흑인 전용, 백인 전용이 나뉜다. 

영화 &lt;help&gt;는 1960년대까지 자행하던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Dale Robinette/Walt Disney Pictures

 

영화 <The help>에서는 1960년대 남부지역의 흑인들이 겪는 차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The help’는 백인 가정에서 가사일을 하던 흑인 여성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그들은 백인 가족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그들의 침대보를 빨고, 그들의 아이들까지 키우지만, 늘 ‘불결하고 위험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차별을 조장하는 백인 여자들은 마치 그것이 중요한 논리인 양, ‘separate but equal(분리되었지만 공평한)’이라는 기조를 공공연히 떠들어댄다. 그들은 흑인을 위해 ‘공평하게’ 화장실을 따로 설치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에도 흑인 도우미에게 집 밖에 위치한 흑인용 화장실을 쓸 것을 종용한다. 

 

기자 겸 작가를 꿈꾸는 야망 높은 젊은 백인 여성 스키터는 커리어적 패배감을 안고 고향에 돌아왔다. 자신이 원하던 잡지사에서는 거절당했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데에 열정적이다. 그는 자신이 쓸 기사 내용을 위해 흑인 가사 도우미들을 인터뷰하고자 한다. 하지만 인터뷰이를 찾는 것 부터가 문제였다. 인터뷰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어떤 일이 닥칠지 너무 잘 아는 흑인들은 두려워한다. 스키터는 익명을 약속하며 그들을 설득하지만 쉽지 않다. 에이블린과 민니라는 두 여자가 스키터를 위해 익명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해주긴 하지만 계속해서 기사를 연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어느 날 한 가사도우미인 흑인 여성이 도둑이라는 누명을 쓰고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다. 이 부당한 일을 계기로 몇십 명의 흑인 가사 도우미들이 용기를 내어 스키터의 인터뷰에 응한다. 그들이 해준 이야기는 때론 잔혹하고 때론 아름답다. 차별과 애착을 동시에 경험하는 흑인들도 적지 않다. 백인가족의 어리고 순수한 어린 아이를 기르며 느낀 보람과 사랑, 하지만 그 아이도 자라나서 결국 그들의 부모처럼 차별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회한과 공포를 털어놓는다. 백인 가족의 소유물로 취급당하는 굴욕감 또한 존재한다. 항상 백인 상류층의 자녀로 살아온 스키터는 그들의 삶을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죄책감과 슬픔을 느끼고, 그들과 사람 대 사람으로 연대하기 시작한다. 스키터의 익명의 인터뷰는 대단한 인기를 끈다. 익명이지만 꽤 구체적인 글의 내용 때문에 백인 가족들도 누가 인터뷰를 한 것인지 짐작을 하기에 충분하다. 에이블린과 민니 그리고 다른 흑인 여성들의 용기는 흑인 사회에서 칭송받는다.

 

ⓒDale Robinette/Walt Disney Pictures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악역은 확실해 보인다. 차별을 조장하고 그를 옹호하는 백인들이다. 하지만 그 시절에 그들은 아마 당연히 자신이 믿는 것을 행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 첫문장으로 돌아가보자. 나 자신에게 그리고 동료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미래 세대들은 우리의 행동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어떻게 평가할까? 지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행동들에 어떠한 야만적인 폭력이 숨어있을까? 아마 그것은 우리가 지금 가축을 대하는 방식, 자연을 대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사회에서 행동하는 방식,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중 누구도 미래를 알 순 없지만, 지금 나의 믿음이 진리가 아니라는 의심과 조심성을 안고 행동할 때 인류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자신이 속한 계층의 무지와 아이러니를 인식한 스키터처럼. 

백인 가족의 어린 자녀를 키우던 에이블린이 그 아이에게 자주 한 말이 있다.우리 모두가 이 말을 품고 살아가길 바란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이 말을 잊지 않길 바란다.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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