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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에세이

아직도 새해 다짐을 고민 중이라면, 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

by 포포위 2023. 1. 10.

새해에도 그냥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만 가고 있나요?

혹은 무언가를 좇아 열심히 사는 남들을 보며

난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갈팡질팡하는 중인가요?


 
포레스트 검프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불편한 다리,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 ‘포레스트 검프’.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보살핌과 콩깍지 첫사랑 소녀 ‘제니’와의 만남으로 사회의 편견과 괴롭힘 속에서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성장한다. 여느 날과 같이 또래들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던 포레스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늘 달리는 삶을 살아간다. 포레스트의 재능을 발견한 대학에서 그를 미식축구 선수로 발탁하고, 졸업 후에도 뛰어난 신체능력으로 군에 들어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둬 무공훈장을 수여받는 등 탄탄한 인생 가도에 오르게 된 포레스트. 하지만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던 시간도 잠시,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고 첫사랑 제니 역시 그의 곁을 떠나가며 다시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과연, 포레스트는 진정한 삶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제시하는 감동 바이블! 올 가을, 다시 한번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달리기가 시작된다! “Run! Forrest Run!”
평점
9.3 (1994.10.15 개봉)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게리 시니즈, 미켈티 윌리엄슨, 샐리 필드, 레베카 윌리엄스, 마이클 코너 험프리스, 해롤드 허슴, 조지 켈리, 밥 페니, 존 랜달, 할리 조엘 오스먼트, 딕 스틸웰, 찰스 보스웰, 타일러 롱, 제프리 위너, 데이비드 브리스빈, 브렛 라이스, 시옵한 폴론 호겐, 마이클 제이스, 딕 카베트, 티파니 살러노, 제프리 블레이크, 존 볼스타드, 리차드 달레산드로, 말라 슈차레차, 케빈 데이비스, 크리스토퍼 존스, 스티븐 브릿지워터, 팀 페리, 발렌티노, 소니 스로이어, 다니엘 C. 스트라이피크, 빌 로버슨, 한나 홀, 커크 워드, 마이크 졸리, 마이클 맥폴, 바이런 민스, 조 알라스키, 존 윌리엄 갈트, 할리 드아모르, 샘 앤더슨, 피터 돕슨, 알 해링턴, 그래디 바우먼, 마고 무어러, 밥 하크스, 마이클 버지스, 아페모 오밀라미, 폴 라츠코브스키, 이사벨 로즈, 티모시 맥네일, 돈 피셔

넷플릭스 시청 가능 


늘 그렇듯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새로운 결심과 다짐을 한다. 한 해 동안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어떻게 행복에 더 가까워지고 싶은지, 얼마를 어떻게 벌고 싶은지 모두가 각자의 기준에서 각자의 계획을 세운다. 이런 새해 다짐을 영어로는 new year’s resolution이라고 한다. New year’s resolution을 하지 않은지 몇 년이 되었다. 나는 지금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살고 있는데, 적응해낸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첫 몇 년간 나는 늘 길을 잃은 어린아이 같았다. 식당에서도, 은행에서도, 모임에서도, 가게에서도 남들에게 평범하고 쉬운 것들이 내겐 늘 발이 걸릴 것 같은 문턱이었다. 낯선 언어와 낯선 문화에 둘러싸여 몇 년을 방황하고 허비했다는 생각에 무력감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누가 가까운 미래의 계획이 뭐냐고 묻거든, 그냥 일단 닥치는 대로 살아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닥치는 대로 살았다. 뭐라도 주어지는 일이라면 일단 하고 보고, 어설픈 불어로 물건을 사고 환불을 하고 문의를 했다. 점차 편안해지는 일상을 느낀다. 어깨가 조금씩 이완된다. 더이상 걱정에 시달리느라 잠을 설치지 않는다. 어느덧 내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교통수단이 생기고 내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외롭거나 심심할 때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도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일단 무조건 걸은 길에서 나는 내 속도로 안정을 찾았다.

영화&lt;포레스트 검프&gt;포스터
Paramount/ Forrest Gump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전해주는 이야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포레스트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뒤처졌다. IQ가 낮다는 이유로 학교 입학을 거부 당할 뻔하고 불편한 다리에 설치한 보조장치 때문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가 걷는 모든 곳이 가시밭길일 수 있었다. 포레스트는 그 길이 얼마나 고된지, 자신이 얼마나 가련한지 생각하는 대신에 주어진 길을 일단 걷는다. 아니, 뛴다. 뛰다 보니 풋볼 선수가 되고 어쩌다 보니 입대를 하고, 또 어쩌다 보니 군대에서 탁구 선수가 되고 결국엔 전쟁 영웅까지 된다. 그는 인생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우연을 그저 태연하게, 또 반갑게 맞아들이고 그 우연의 씨앗을 인생에 심어 열심히 일구어낸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철학은 세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다.

첫번째. 포레스트 덕에 생명은 구했지만 두 다리를 잃어 절망하던 댄 대위가 한밤중에 자던 포레스트의 멱살을 잡고 자신은 대위로서 명예롭게 죽을 ‘운명’이었다고 외치는 장면

Paramount 제공

Lieutenant Dan: This was not supposed to happen. Not to me. I had a destiny. I was Lieutenant Dan Taylor.

(이딴 일은 일어나선 안 됐어. 나에게는. 난 따라야 할 운명이 있으니까. 나는 대위였다고…)

 Forrest: You still are lieutenant Dan.

(대위님은 아직도 대위님이시잖아요.)

 

두번째. 포레스트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에서 포레스트에게 하는 유명한 대사

-Life is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인생은 초콜릿 박스와 같아. 안에 뭐가 있을지 알 길이 없지.)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에서 포레스트와 대화하는 엄마
Paramount 제공

세번째. 평생 동안 조건 없이 사랑한 제니의 무덤 앞에서 포레스트가 하는 말.

제니의 무덤을 바라보는 검프
Paramount제공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 are all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ly…like on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우리 각자에게 정말 주어진 운명이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린 그저 우연히 이곳저곳 둥둥 떠다니는 건지 모르겠어. 그런데 내 생각엔 아마 그 둘 다일거야.)

 

나이를 들어갈수록 느끼는 건, 계획은 꼼꼼하면 꼼꼼할수록 뻣뻣하다는 것. 세세하면 세세할수록 우리의 손발을 묶기 안성맞춤이라는 것.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는 자꾸 한 해를 계획하고 10년을 계획하고 50년을 계획한다. 당연하게도 우린 살면서 계속 계획을 수정하게 만드는 우연들을 마주친다. 우연한 기회, 우연한 불행, 우연한 인연, 우연한 만남, 우연한 사고. 이 무수하게 나를 스쳐 지나가는 우연들 중 어떤 것을 붙들지, 어떻게 그 우연들을 삶에 녹여나갈지는 우리 각자의 몫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New year’s resolution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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