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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에세이

시작해선 안 될 이유만 가득한 당신에게, 이 영화<Joy>

by 포포위 2023. 1. 12.

'그럼에도 불구한' 도전, '그럼에도 불구한' 성공

 

‘현실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가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여겼다. 내가 본 현실세계에서는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실질적인 실패 확률과 실패 요소를 계산했다. 사업을 시작할 밑천이 없었고 인맥이 없었고 언어가 서툴렀고 능력이 부족했고 관련 법을 몰랐고 차가 없었고 시간이 없었다. 시작해선 안 되는 이유가 많으니 현실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나와 상황이 무척 비슷한 친구를 만났다. 차이점이라면 우린 국적이 다르고 그 친구는 자녀가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밝은 표정으로 새로 사업을 시작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걱정이 앞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친구는 아주 가볍게 대답했다.

“네 걱정도 모두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어디에 집중하냐에 달렸어.

나는 ‘실패할 이유’대신 ‘성공할 이유’에 집중해 보려고.”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현실적인 것이 아니었다. 부정적인 것이었다.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봐도 내게도 성공할 이유들이 많이 있었다. 꽤나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경쟁이 낮은 시장에서 일할 수 있었으며, 전문가의 법적 조언을 얻는 것은 지극히 쉽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이상이었다. 게다가 나는 아주 성실하고 똑똑하며 진지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모든 성공 확률과 성공 요소를 무시하고 실패에만 집중한 것이다.

비단 사업이나 커리어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나는 매사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었고 그 사고방식은 나의 행동을 제한해 왔다. 나의 잠재력을 수축시켰다.

 
조이
“세상 모두가 좋아할 아주 멋진 물건들을 만들거야” 이혼한 부모님과 전남편, 할머니와 두 아이까지 떠안고 간신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싱글맘 조이(제니퍼 로렌스). 자신이 꿈꿨던 인생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지쳐가던 어느 날, 깨진 와인잔을 치우던 조이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아주 멋진 것을 만들어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어릴 적 꿈을 이루겠다고 결심한 조이는 상품 제작에 돌입한다. "그냥 집에서 가족 뒷바라지나 하세요" "넌 할 수 없을거라고 수없이 경고했잖아" 그러나 사업 경험이 전무한 조이는 기업과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으며 여자에게 더욱 가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벽 앞에서 매번 좌절하게 된다. 이 때 전 남편 토니의 소개로 홈쇼핑 채널 QVC의 경영 이사인 닐 워커(브래들리 쿠퍼)를 만나게 된 조이는 기적적으로 홈쇼핑 방송 기회를 얻게 되고 5만개의 제품을 제작한다. 하지만 단 한 개도 팔지 못한 채 처참한 상황을 맞게 된 조이는 결국 빚을 떠안고 파산 위기에 처하는데… 가난한 싱글맘에서 미국 최고의 여성 CEO가 된 조이! 세상을 놀라게 한 그녀의 기적 같은 실화가 펼쳐진다!
평점
7.0 (2016.03.10 개봉)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 니로, 브래들리 쿠퍼, 에드가 라미레즈, 다이안 래드, 버지니아 매드슨, 이사벨라 로셀리니, 대샤 폴란코, 엘리자베스 롬, 수잔 루시, 로라 라이트, 모리스 베나드, 지미 장 루이스, 켄 하워드, 존 에노스, 마리안느 레온, 드레나 드 니로, 멜리사 리버스, 도너 밀스

*디즈니 플러스 시청 가능

영화 <Joy>의 초반 이야기를 볼 때 우리 모두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조이가 시궁창같은 현실에 얽매여 시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쉽지 않다.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조이의 에너지와 돈을 빨아먹는 철없는 가족들, 싱글맘 조이의 손길이 늘 필요한 어린 자녀들, 이혼 후에도 조이의 지하실에 얹혀사는 전남편, 조이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 우린 함께 지친다. 조이에겐 현실에 ‘안주’하기는커녕,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이유가 너무도 많다.

도피나 포기 대신 조이는 도전을 택한다. 깨진 와인잔을 걸레로 치우다 손을 벤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조이는 창의적인 대걸레 상품을 발명한다. 삶의 곳곳에서 찐득거리는 실패할 이유를 모두 차치하고 조이는 상품의 가치와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으며 생산을 밀어붙인다. 끈질긴 노력과 약간의 운까지 더해져 TV 홈쇼핑에서 물건을 팔 기회까지 움켜쥔다.

ⓒ20th Century Fox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조이의 대걸레는 소위 ‘대박’을 친다. 그는 이제 거머리같은 가족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일자리도 줄 수 있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며 자신의 회사를 소유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말그대로 ‘영화’ 같은 이야기는 실제 Joy Mangano의 성공스토리다. 



나의 사고방식에 오류가 있었음을 깨닫는 것 자체가 시작이었다. 나는 나에게도 성공할 수 있는 수많은 잠재력이 있다는 것과 세상에 아무 장애 없는 비단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두 가지를 인정하기로 한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안전할지는 몰라도 미적지근한 후회와 함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고, 행동한다면 나는 부딪치고 깨지고 회복하고 배우며 나아갈 것이다. 1년 뒤의 내가, 10년 뒤의 내가 빤히 보인다면, 그처럼 재미없는 삶이 있을까. 머물러 있지 않기로 한다. 

ⓒ20th Century Fox

 

조이가 자신의 상품에 대한 특허권을 훔쳐가려는 남자와 담판을 짓고 나와서 길을 걸을 적에, 그 홀가분하고 당당하고 뿌듯한 미소를 볼 적에 나는 이상하게 벅차고 눈물이 차올랐다. 해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기에. 언젠가 저 미소를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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